일반진료

자고 나면 턱이 뻐근하고 이가 시린데,
혹시 이갈이일까요?

배한얼 원장
배한얼 원장
노원디자인치과
2026.06.29 · 읽는 시간 9분
이갈이·이악물기의 원인과 증상, 나이트가드 관리

정작 본인은 모르는데, 옆 사람이 먼저 압니다. "자면서 빠득빠득 이 가는 소리가 들려." "아침마다 턱이 뻐근하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려요." 치과에 와서 "이가 평평하게 닳았네요"라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합니다. 이갈이와 이악물기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둘이 무엇이 다른지, 왜 생기는지, 꼭 치료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나이트가드나 보톡스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은 어려운지를 솔직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갈이와 이악물기, 무엇이 다를까요?

둘은 모두 턱을 움직이는 씹는 근육(저작근)이 필요 이상으로 활동하는 것인데, 나타나는 시간대와 양상이 다릅니다.

공통점은 본인이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잠잘 때의 이갈이는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깨어 있을 때의 이악물기도 무의식적이라 누가 알려주거나 치아·턱의 변화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알아둘 점

의외라고 느끼실 수 있는데, 국제 학계는 건강한 사람의 이갈이를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병'으로 보지 않습니다. 2018년 국제 합의는 이갈이를 질환이 아니라 턱 근육의 활동(행동)으로 규정합니다. 어떤 사람에겐 해가 될 수 있는 위험 요인이지만,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때로는 보호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핵심은 '이갈이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그로 인해 치아가 닳거나 깨지고, 턱이 아픈 것 같은 손상·불편이 있느냐'입니다. 손상 징후가 있으면 관리하고, 없으면 지켜보기도 합니다.

왜 생기나요? — 스트레스 탓만은 아닙니다

흔히 "이갈이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갈이는 한 가지 원인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다인성 현상이고, 주로 뇌와 자율신경의 조절과 연관된 것으로 봅니다. 관련 요인으로 보고되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바로잡기

예전에는 "치아가 잘 안 맞아서(부정교합) 이를 간다"는 설명이 흔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갈면 무조건 교합을 갈아 맞춰야 한다고 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교합의 차이가 이갈이의 주된 원인이라는 근거는 약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갈이를 잡겠다고 멀쩡한 치아를 깎아 교합을 맞추는 비가역적 처치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이런 신호가 있다면 의심해 보세요

본인이 직접 보긴 어렵지만, 몸과 치아가 남기는 단서들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다면 이갈이·이악물기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중요

이 신호들은 어디까지나 '의심해 볼 단서'이지 그것만으로 확진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치아 마모는 이갈이 외에 산성 음식·음료나 잘못된 칫솔질로도 생기고, 오래전에 생긴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확인은 입안 검사로 하고, 필요할 때 수면다원검사(PSG)나 근전도(EMG) 같은 검사를 더합니다.

그냥 두면 어떻게 되나요?

대부분은 큰 탈 없이 지내지만, 힘이 세고 오래 지속되면 치아와 주변 조직에 부담이 쌓일 수 있습니다. 보고되는 영향은 이렇습니다.

치아
씹는 면·앞니 끝이 빠르게 닳거나(마모), 미세하게 금이 가고 깨질 수 있습니다. 마모가 깊어지면 시릴 수 있지만, 시림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철·임플란트
크라운·라미네이트·임플란트 보철 등에 반복적인 큰 힘이 가해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이갈이와 보철·임플란트 합병증의 연관이 보고되나, 이갈이만으로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턱·근육
씹는 근육의 피로감, 아침 턱 뻐근함, 두통·턱관절 불편과 연관이 보고됩니다. 다만 이갈이가 이를 '반드시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근육 모양
씹는 근육(교근)을 자주 쓰면 두꺼워져 턱선이 각져 보일 수 있습니다. 정도에는 개인차가 큽니다.
균형 있게

"그럼 이갈이가 있으면 큰일 나는 건가요?"

그렇게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갈이 자체는 '병'이 아니고, 손상 징후 없이 잘 지내는 분도 많습니다. 반대로 치아가 눈에 띄게 닳거나 자주 깨지고, 아침마다 턱이 아프다면 그건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즉 '무조건 치료'도, '무조건 방치'도 아니라 — 손상이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관리하나요?

이갈이를 완전히 멈추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관리의 목표는 '습관을 없애는 것'보다 손상을 줄이고 불편을 더는 것에 둡니다. 대표적인 방법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생활습관·
자각
스트레스·카페인·음주를 줄이고 수면을 정돈하는 것, 낮 동안 '이 사이를 살짝 띄우기'를 의식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깨어 있을 때의 이악물기는 자각만으로도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나이트가드
(교합안정장치)
잘 때 끼는 장치로, 이갈이를 없애기보다 치아·보철물을 마모·파절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주 역할입니다. 안전하고 되돌릴 수 있어 1차로 널리 권해집니다.
교근 보톡스
씹는 근육의 힘을 일시적으로 줄여 근육통·뻐근함·근육 비대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갈이 빈도 자체를 줄이는 근거는 제한적이고, 효과가 일시적(보통 몇 개월)이라 반복이 필요하며 부작용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반 문제
점검
코골이·수면무호흡이 의심되면 관련 진료과와 함께 평가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습니다. 약물은 근거가 제한적이라 일상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오해 바로잡기

"나이트가드를 끼면 이갈이가 없어진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치는 단단한 치아 대신 힘을 나눠 받아 주는 보호 장비에 가깝습니다. 연구에서도 장치가 이갈이 자체를 근본적으로 없앤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치아가 닳고 깨지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 있는 방법이고, 오래 쓰면 맞물림·마모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이를 갈아요 — 괜찮을까요?

아이들의 이갈이는 생각보다 흔하고, 자라면서 저절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아가 심하게 닳거나 아파하는 것, 턱 불편 같은 뚜렷한 신호가 없다면 곧바로 장치부터 맞추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는 편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치아가 눈에 띄게 닳거나 아이가 통증·두통을 호소한다면 한 번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기에는 무리한 치료보다 손상이 생기는지 정기적으로 살피는 것이 안전합니다.

우리 치과가 이갈이를 볼 때 지키는 것

이갈이는 '있다·없다'를 가리는 일보다 '손상이 있는지'를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키는 원칙은 이렇습니다.

  1. 손상부터 확인합니다 — 자가체크는 단서일 뿐이라, 치아 마모·금·근육 상태를 직접 보고 관리가 필요한지부터 판단합니다.
  2. 직접 보여드립니다 — 구강 카메라로 닳은 면이나 깨진 부위를 함께 확인하며 설명합니다.
  3. 보존적인 방법부터 권합니다 — 생활습관 점검과 나이트가드처럼 안전하고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우선하고, 침습적인 시술은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4. 한계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 이갈이를 '완치'시킨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줄일 수 있고 무엇은 어려운지 가감 없이 설명합니다.
  5. 겁주지 않습니다 — 손상 징후가 없으면 지켜보자고 말씀드립니다.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6. 필요하면 협진을 안내합니다 — 코골이·수면무호흡이 의심되면 관련 진료과와 함께 보도록 안내합니다.
핵심

이갈이·이악물기는 '있는지'보다 '치아나 턱에 손상을 남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손상이 없다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닳거나 깨지고 아픈 신호가 있다면 일찍 보호하는 편이 치아를 아끼는 길입니다.

나이트가드도 보톡스도 이갈이를 '없애 주는' 마법은 아닙니다.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무엇은 어려운지 정확히 알고 선택하는 것 — 정확한 판단은 검진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근거 자료

이 글은 다음의 공신력 있는 학회·연구·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Lobbezoo F 외 「International consensus on the assessment of bruxism」 (Journal of Oral Rehabilitation, 2018) — 이갈이를 수면/각성으로 구분하고, 건강한 사람에서는 질환이 아니라 위험 또는 보호 요인이 될 수 있는 '행동'으로 정의. 진단을 가능성 있음·개연성 있음·확정의 3등급(확정은 수면다원검사·근전도)으로 제시.
  2. Verhoeff MC 외 이갈이 정의·평가 국제합의 업데이트 (Journal of Oral Rehabilitation, 2025) — 수면·각성 이갈이를 질환이 아닌 저작근의 운동 행동으로 재확인하고, 관리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치아 마모·통증 등)를 중심으로 개별화해야 함을 정리.
  3. Macedo CR 외 「Occlusal splints for treating sleep bruxism (tooth grinding)」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07) — 교합안정장치(나이트가드)가 이갈이 자체를 유의하게 줄인다는 근거는 충분치 않으며, 치아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결론. 장치를 '보호 목적'으로 보는 근거.
  4. 보툴리눔 톡신(BoNT-A) 수면 이갈이 체계적 문헌고찰 (Dentistry Journal, MDPI, 2024) — 교근 보톡스가 통증·근활동·근육 비대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갈이 빈도 감소 근거는 제한적이고 효과가 일시적이며 반복·부작용을 고려해야 함을 정리.
  5. Manfredini D 외 「Epidemiology of bruxism in adults」 (Journal of Orofacial Pain, 2013) — 성인 이갈이 유병률이 정의·측정법에 따라 편차가 크고(잦은 수면 이갈이 약 13%, 각성 약 22~31%) 단일 수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고령에서 감소 경향을 보고.
Doctor's Note
"이갈이는 없애는 게 아니라,
치아를 지키며 함께 가는 일입니다."

진료실에서 이갈이만큼 오해가 많은 주제도 드뭅니다. 한쪽에서는 "이 가는 건 그냥 버릇이니 괜찮다"며 치아가 한참 닳은 뒤에 오시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갈이를 뿌리 뽑아 달라"며 완치를 기대하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갈이를 깨끗이 없애 주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치아와 턱에 손상이 남고 있는지'부터 함께 봅니다. 손상이 없으면 안심하시도록 지켜보자고 말씀드리고, 닳고 깨지는 신호가 있으면 나이트가드로 더 닳기 전에 보호해 드립니다. 없앤다고 장담하기보다, 무엇을 지킬 수 있는지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 그게 이갈이 앞에서 제가 지키려는 원칙입니다.

배한얼 원장
배한얼 원장
노원디자인치과 대표원장 | 서울대학교 졸업, 치의학박사(Ph.D.), 보건복지부 인증 전문의 | 미국 Boston University 임플란트 전문과정 수료 |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외래교수 | SCI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Nature Portfolio) 저자
FAQ
자주 묻는 질문
Q이갈이는 꼭 치료해야 하는 병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제 학계는 건강한 사람의 이갈이를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라, 자거나 깨어 있는 동안 나타나는 턱 근육의 활동(행동)으로 봅니다. 즉 이갈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로 인해 치아가 닳거나 깨지고 턱이 아픈 것 같은 손상이나 불편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마모나 통증 같은 신호가 있으면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곧바로 치료하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진료를 통해 판단합니다.
Q나이트가드를 끼면 이갈이가 없어지나요?
나이트가드의 주된 역할은 이갈이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는 동안 가해지는 힘으로부터 치아와 보철물이 닳거나 깨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입니다. 장치를 낀다고 이갈이라는 습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연구에서도 장치가 이갈이를 근본적으로 없앤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단한 치아 대신 장치가 힘을 나눠 받아 주기 때문에, 안전하고 되돌릴 수 있는 1차 관리법으로 널리 쓰입니다. 오래 사용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맞물림과 마모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Q교근(씹는 근육) 보톡스를 맞으면 이갈이가 치료되나요?
보톡스는 씹는 근육의 힘을 일시적으로 줄여 근육통이나 뻐근함,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갈이 자체의 빈도를 줄인다는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고,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아 보통 몇 개월이 지나면 다시 약해져 반복 시술이 필요합니다. 주사 부위 통증이나 표정·저작의 일시적 변화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있고, 이갈이에 대한 보톡스는 정식 허가된 치료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권하기보다 증상과 상태를 보고 신중히 결정합니다.
Q치아가 닳았거나 잘 때 가는 소리가 난다면 이갈이가 확실한가요?
그럴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일 뿐, 그것만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치아 마모는 이갈이 외에도 산성 음식·음료나 잘못된 칫솔질 등 다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고, 오래전에 생긴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잘 때 나는 소리도 도움이 되는 정보지만 본인은 정작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가체크는 의심해 볼 신호로 활용하고, 실제 확인은 입안 검사와 필요할 경우 수면다원검사(PSG)나 근전도(EMG) 같은 검사로 합니다.
Q이갈이는 스트레스 때문인가요?
스트레스와 불안은 이갈이와 관련이 깊은 요인 중 하나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이갈이는 주로 뇌와 자율신경의 조절과 연관된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며, 카페인·음주·흡연이나 일부 약물, 수면무호흡 같은 수면 문제도 관련이 보고됩니다. 한때 치아가 잘 안 맞는 것(부정교합)이 주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근거가 약한 것으로 봅니다.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리만으로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Q아이가 자면서 이를 갈아요. 괜찮을까요?
아이들의 이갈이는 꽤 흔하고, 자라면서 저절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아가 심하게 닳거나 아파하는 것, 턱 불편 같은 뚜렷한 신호가 없다면 곧바로 장치를 맞추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치아가 눈에 띄게 닳거나 아이가 통증·두통을 호소한다면 한 번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기에는 무리한 치료보다, 손상이 생기는지 정기적으로 살피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고 나면 뻐근한 턱,
치아가 더 닳기 전에 살펴봐요."
N네이버
예약하기
카톡
상담하기
전화
연결하기
More from 쏙닥쏙닥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일반진료
씹을 때 찌릿, 치아에 금이 간 걸까요?
일반진료
신경치료, 꼭 받아야 하나요?
일반진료
충치, 레진으로 때울까 인레이로 할까?
쏙닥쏙닥 전체 글 보기